모티프 : 夏に去りし君を想フ
"당신도, 천하를 바라십니까."
"어... 난 천하따위 필요 없는데? 그치, 카슈?"
입을 벌리며, 현신한 소우자를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던 여자는 간결히 대답했다. '천하인이 가졌던 검'이라는 수식어는 사니와와의 첫만남에서 무참하게 박살났다.
소우자는 그 때를 회고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사내였다면 다른 대답이 나왔을까. 잠깐 고심했지만 역시 그럴 리는 없었다. 하루하루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그녀의 본성은 쉬이 흩어질 것이 아니다. 오늘만 해도 쇼쿠다이키리의 저녁상에 만족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오늘도 진짜 맛있었어! 카센이 차려준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격식 차리고 먹는 건 좀 불편하지."
"허나, 막상 내어주면 먼저 젓가락을 들게 아닙니까."
"들켰네~ 살쪄도 좋으니까 자꾸 먹고 싶어."
어린 아이처럼 두 팔을 번쩍 들고 자랑하는 모습이 이제는 정겹다. 그녀의 입가에 덜 닦인 소스자욱까지도. 소우자는 잠시 사니와를 멈춰세우고 입가를 문질렀다. 입술 사이를 따라 옅은 선을 그리던 것이 쉽게 지워졌지만 엄지를 떼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됐습니다."
"아아, 또야? 티슈로 잘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니와는 손가락이 떼어지지 손등으로 박박 문질렀다. 자신의 칠칠맞음을 탓하는 웅얼거림이 길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소우자는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잡고 먼저 길을 나섰다. 이에 사니와가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그것마저도 기쁘게 들린 까닭은, 작고 여린 손이 금세 자신의 손아귀에 감겨오기 때문이리라. 소우자는 슬며시 피어오르는 미소를 가사로 감춘 채 사니와의 방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근시로서의 직무에 집중할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난 이후, 사니와는 다음날의 출진과 내번, 원정 등 혼마루의 일 전반을 정리하고 관리한다. 이때만큼은 그녀도 웃음기를 지우고 서류를 들여다본다. 펜이라 불리는 얇은 붓을 손 안에 굴리며 집중하는 모습은 소우자밖에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사니와의 스타일에 맞춰 빠르게 일을 도왔다.
손발을 맞춘 시간이 긴 덕분에 저녁작업은 충분한 여유시간을 남기고 끝났다. 사니와는 마지막 서류에 마침표를 찍고 만세를 불렀다. 오늘 일감을 끝내면 아침에 보지 못했던 정원을 산책하러 가기로 소우자와 약속했었다. 당장이라도 방 밖을 나서려는 사니와를 재빠르게 잡아챈 소우자는 그녀를 제 앞에 앉히고 그새 엉망이 된 머리를 빗겨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니와는 아침에 있었던 불만을 재차 기억하고 투덜거렸다.
"맙소사. 소우자 너까지 카센의 미야비에 감화된거야? 어차피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럴리가요. 다만, 선선한 밤엔 다른 남사들도 밖으로 나오겠지요. 만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아, 싫어어-"
소우자는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비웃었다. 일이 끝난 시각은 해시(亥時)의 막바지인만큼 옛 사람들의 시간축을 가진 남사들은 잠이 들 시간이다.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방 밖의 불빛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자시(子時)의 시작에 사니와를 모시고 나간다면 방해꾼은 없을 터. 이미 정리된 머리카락의 끝을 손가락으로 스쳐가며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사니와를 만나려고 애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엔 꽤나 재밌었다. 그녀의 초기도인 카슈마저도 제 눈치를 살피며 접근하는데, 혼마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가 눈치도 없이 군다. 그 말을 전해준 미다레 토시로는 비밀이라며 소우자의 심상에 제 이름 값을 하고 사니와에게 달려갔다. 미카즈키가 온 이후로 방치당했던 남사의 질투란 꽤 무서운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심술을 부렸더랬다. 물론,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즐겁다 못해 전율을 불러 일으켰다. 천하제일미로 불릴만한 얼굴에 드러났던 표정이, 한때 제 본신 아래에 죽어가는 적을 떠올리게 했다. 약한 것을 짓밟는 쾌감이 얼마만인지.
그러니, 내어줄 수 없다.
소우자는 사니와의 어깨 위로 제 가사를 걸쳐주고 손수 문을 열었다. 사니와는 들뜬 기색으로 앞서 나갔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뒤를 돌아봤다.
"소우자, 빨리 와. 이왕 나온 김에 여름 반딧불이 실컷 보고 싶단 말이야!"
그녀는 초조하게 발을 구르다 빠르게 손짓하며 느긋하게 방문을 닫는 소우자를 불렀다. 소우자는 한숨을 꾸며내며 사니와의 곁에 섰다.
사니와의 근시는 자신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곁을 지키는 건 자신 뿐이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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