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사니 : 검사니 전력 60분 [질투] A

연성

모티프 : 夏に去りし君を想フ


미카즈키 무네치카는 아침부터 꽃을 꺾었다. 정원으로부터 한 발 물러선 더위를 경계하듯 앞다투어 피어난 생명의 결정체는 단호하게 꺾여 벌써 한아름을 이룬 채였다. 그런데도 미카즈키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늘은 꼭, 반드시. 아침부터 다짐한 의지에 눈 안의 초승달이 은근하게 달아올랐다.

이맘때였다. 사니와는 지금쯤 카센의 수업을 마치고 근시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고 있을 터. 그 중간에는 긴 마루와 맞닿은 정원을 천천히 거니는 시간이 있었다. 사니와는 좋아해줄까. 현세에 몸을 갖게된 이후로 말을 걸기 힘들다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소담하게 피어난 꽃무리를 건네며 산책을 권유할 것이다. 마침 뭉게구름도 해를 가리려 하는 바. 행운에 신이 있다면 기필코 제 편일 것이라 여겼다.

작게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방금 전까지 강의를 했던 카센이 보면 기함하겠지만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깝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제 때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지 않았는가. 미카즈키는 기쁘게 몸을 일으켜 마루를 걷고 있을 사니와를 찾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사니와는 저 멀리 마루의 모서리를 꺾으며 등장했다.

"으아, 지겨워! 기본적인 건 다 했잖아! 근데 왜 더 못가르쳐서 안달이지?"
"그거야, 당신이 평소에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까요."
"너까지 그 소리야? 아니, 정부 모임 같은 데서는 잘 한다니까? 너도 봤잖아!"
"그는 당신의 우아한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반성하세요."
"아, 진짜-!"
"하아...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건물 안쪽을 보며 걷는 사니와의 목소리에 다른 남사의 목소리가 섞인다. 미카즈키는 그대로 발걸음도,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녀의 옆에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옅게 흔들렸다. 입술이 절로 깨물렸다. 사니와의 곁을 독차지하고도 만족하지 못해 자신을 꺼리는, 소우자 사몬지가 그녀와 함께였다.

사니와가 그를 편애하는 건 혼마루에 온 첫날부터 깨달았다. 초기도인 카슈 키요미츠를 두고도 현현한 그날부터 근시로 지정했다 들었다. 그 말을 전해준 츠루마루는 사니와가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본인도 사니와가 지대한 관심을 가진 덕분에 빨리 친해질 수 있다고 했던가.

허나, 언제까지?

첫 만남 때는 사니와를 홀릴 자신이 있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모로, 눈 앞의 아이부터 사로잡게 되리라 쉬이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니와는 자신이 현현하는 것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그를 맞이해줬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부끄러워 할 착각이었다.

사니와는 자신의 손을 이끌고 산죠파를 위해 마련한 방에 안내하고, 자잘한 지식이나 기초적인 배움을 코기츠네마루에게 맡겼다.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다. 식사 때나 가끔 눈을 마주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는 있었지만 직접 말을 섞어보거나 행동을 함께 한 적이 결단코 없었다.

그러게, 사니와 말고 소우자군을 공략했어야지. 츠루마루는 미카즈키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알 남사들은 다 안다고 한다. 오죽하면 코기츠네마루가 현현한 날, 창고로 쓰였던 근시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고 하지 않는가. 사몬지에게 배정된 방이 따로 있음에도. 때문에 몇몇을 제외하곤 근시의 권한을 휘둘러 그녀의 곁에 얼씬도 못한다고 들었다.

이번에 직접 겪고나니 확실히 알겠다. 사니와는 긴 마루를 걷기 시작할 때부터 정원 쪽으로 눈을 돌린다했다. 그러나 오늘은 건물 쪽으로 선 소우자의 말을 받아주느라 미카즈키가 있는 지도 모르고 발걸음을 빨리 해 다른 모퉁이로 사라지려 한다. 세상에 이런 폭거가 또 어딨을까.

미카즈키는 사니와가 마루를 반 이상 지나가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얌전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그녀를 따라잡으려 걷기 시작했다. 기다리기만 하는 건 이제 싫다. 자신 또한 그녀를 위한 남사인데, 그녀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남자인데 바라만 봐야하는가. 미카즈키의 걸음마다 품에 한가득 안았던 꽃이 점점이 떨어졌지만 주울 새도 없었다.

사니와의 눈길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하나라도 품에 남아 작은 손에 건네줄 수만 있다면!

"사니와, 잠깐, 잠깐만 기다리거라...!"

허나, 그를 맞이한 건 사니와의 총애를 받는 근시였다. 색이 다른 눈동자 한 쌍은 미카즈키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듯 살짝 커졌지만 금세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로 가려졌다. 그게 어디 그냥 웃음이랴. 사니와의 어깨를 가사로 가려 시야를 차단시키고, 금세 눈을 돌려 그녀와 눈을 맞추고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 미카즈키를 농락하려는 발악과 같다.

미카즈키가 그녀를 잡으려고 뻗은 손에서 마지막 한 송이가 떨어져내린다. 동시에 사니와 또한 소우자와 함께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미카즈키는 그대로 팔을 떨궜다. 비어버린 양 손이 꼭 자신의 마음과 같다. 사람은 이러한 감각을 뭐라고 부르던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감에 언제까지고 멈춰있으려던 눈에 띈 것은 바닥에 가라앉은 여름 코스모스다. 짓밟기에는 아까울만큼,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이 생생하다. 미카즈키는 조심스럽게 꽃송이를 주워올렸다. 두 손에 담긴 작은 무게가 몸을 저리게 만든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야."

미카즈키는 사니와가 지나간 자리를 미련남은 눈으로 떠나보냈다. 이미 늦은 일을 돌이킬 순 없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그는 언제까지고 생동감 넘칠 것 같은 코스모스를 손에 가두고 정원에서 물러났다. 사니와를 건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