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x사니 전력 60분 : 명예

연성

 명예(誉, MVP)




 소우자에게 검으로서의 명예, 적 부대를 쓰러트리는데 가장 일조한 자에게 주어지는 호마레란 상당히 중요했다. 사니와를 만나기 전, 가장 아꼈던 주인의 이름을 품은 채 장식용으로 남아버린 탓일까. 근시가 아닌, 단순한 부대원일 때의 소우자는 호마레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저를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마지막 적이 쓰러지고 콘노스케가 적아의 피해를 계산한다. 한창 자라나고 있는 단검들, 경험을 끝까지 쌓아올린 타도들을 제친 소우자는 산교대교의 마지막 명예를 손에 쥐었다. 이에 아카시 쿠니유키를 함께 찾으러 왔던 호타루마루가 입을 벌렸다. 부대의 앞을 이끌고 있던 사요는 당연하다는 눈으로 먼저 회군했다. 


 "굉장하네. 소우자씨가 호마레를 몇 번이나 가져갔지?"

 "아마... 여덟 번 정도일거에요. 근시가 아닐 때의 소우자씨는 굉장하니까요..."


 그나마 남아있던 호마레 기회를 전부 독차지한 고코타이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다들 혼마루에서 보면 약해보이고, 금방이라도 스러질 인상인데 야전에만 나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특히나 소우자 사몬지라는 검은, 같은 도종에 비해 약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경험의 차이는 무시 못하는 것인지 초기도마저 맥을 못춘다. 호타루마루는 소우자의 뺨에 묻은 피를 빤히 바라보다 부대의 뒤를 쫒아갔다. 귀환해서 이 사실을 단도 부대에 속한 아이젠에게 말한다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등을 때릴 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1부대가 소득없이 귀환하자 사니와는 한숨을 쉬면서 수리실의 문을 열었다. 이미 전부터 수리 받고 있는 남사들 덕분에 자리가 모자라고 말았다. 가장 빨리 수리되는 단도들부터 밀어넣어도  수리실 앞은 다친 남사들이 서넛은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경상조차 입지 않은 소우자는 근시 자리를 건네받고 사니와를 도와 부대원을 보살폈다. 


 수리패를 반드시 아껴야 한다는 하카타의 지론에 따라 모든 부상자를 수리실로 밀어넣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조하게 수리시간을 재느라 출진할 때마큼 진이 빠져버린 사니와는 대기자들이 앉아있던 긴 의자에 널부러졌다.


 소우자는 안쓰럽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에 한숨을 쉬고 사니와의 곁에 똑바로 앉았다. 당연하게 제 허벅지를 토닥이며 베개로 내주고, 그 짧은 거리를 힘들게 좁힌 사니와의 머리를 곱게 얹어주었다. 사니와는 피 냄새와 흙내가 공존하는 옷자락을 더럽다 하지 않고 신나게 어리광을 부렸다.


 "으아아아아! 수리패 마음껏 쓰고 싶다!"

 "참으시지요. 그동안 노는 이들을 원정 보낼 꾸준함도 없었잖아요?"

 "그거야 다른 남사들도 키워야 하니까 그렇지! 이따 태도들도 출진 보내야 하는데. 아나야..."

 "벌써부터 헤이안 말투가 옮겨지면 곤란합니다."


 가벼운 대화가 오가는 동안 소우자는 사니와의 머리를 곱게 쓸었다. 거친 손 끝에서도 부드럽게 풀어지는 머리 끝이 저물어가는 노을빛을 받아 이렇게나 아름답다. 하염없이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자니 대화가 끊기고 사니와가 소우자를 빤히 올려다봤다. 숨소리를 제외하고 모든 소리가 흩어지고 나서야 그는 헛기침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사니와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뻗었다. 말라붙기 일보 직전이었던 핏자국이 엄지의 움직임에 차츰 지워져간다. 그럼에도 남은 자욱이 맘에 안 드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소우자의 무릎에 앉았다. 


 사니와는 근시의 목에 양 팔을 두르고 전쟁의 열기가 식어가는 품에 제 몸을 맡겼다. 오늘도 제 존재감을 뽐내며 호마레를 휩쓴, 자랑스러운 제 연인이 귀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사니와는 긴장하기 시작한 뺨에 부드러운 입술을 눌렀다. 살짝 문지르자 사람의 온도와 맞닿은 핏자욱이 깨끗하게 지워졌다. 근시의 자리를 동생에게 넘겨주고도 자신의 본분을 다한 애도(愛刀)에게 주는 상이었다.